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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카메라

 

                양지윤

 

 1929년 베르토프는 <카메라를 든 사나이>에서 카메라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구소련 도시들의 ‘실재’ 모습들을 촬영하는 모습을 촬영한다. 카메라의 조리개가 여닫히고 장면과 인간의 눈이 깜빡이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연극과 문학의 언어에서 벗어난 영화만의 어법을 보여준다. 베르토프는 카메라 렌즈란 세상을 담아내는 완벽한 도구이며, 새로운 눈인 카메라는 기계적 시선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눈을 확장시킨다고 말한다.

 

 2009년 한 명의 비보이가 광화문 한 가운데에서 춤을 춘다. 비보이가 춤을 추며 바라보는 광화문에는, 이순신 동상이 돌고, 교보빌딩이 돌고, 지나가는 행인이 돈다. 김상균의 <Dance>는 비보이의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비보이의 시선과 카메라의 시선을 동일한 위치에 배치하여 기록한 비디오 영상이다. 이 어지러운 영상에서 작가는 인간이 보는 시선과 기계가 기록하는 시선, 정지된 카메라와 돌아가는 카메라 렌즈를 매개로 하는 놀이를 제안한다.

 

 김상균은 일상의 순간과 회화적 순간을 비디오로 기록하고, 카메라의 시선과 인간의 시선을 병치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카메라 렌즈는 고정된 채 행해지는 원근법적 회화의 언어에서 블루스크린을 통하여 영상의 언어로 변형시키는 실험을 한다. <space flat>에서 보여지는 팔랑개비와 머리빗에 모터를 달아 돌아가는 장면이 꽃병의 꽃들로 보여지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나, <컵을 이용한 드로잉>에서 컵이 물에 잠기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 위에 블루스크린으로 컵을 붓으로 그리는 회화적 행위를 더한 영상이 여기에 속한다.

 

 이차원적 회화의 평면적 시선이 비디오라는 영상 언어로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러한 작업들은 <9.26>에서는 보다 사회적 언어를 띄게 된다. <9.26>에서 김상균은 광화문에 위치한 동아일보 사옥과 그 일대를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자동차와 나무들의 평면적 형태만을 가져와 그 안에 색을 그려넣고, 이는 컬러풀한 탱크의 형태가 된다. 경복궁을 향해 나아가는 탱크를 그려 넣는 순간순간 보이는 작가의 팔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희적으로 보인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작가는 여의도 일대의 한강시민공원을 촬영한 영상 위에 블루스크린을 통하여 화분을 그려넣어 63빌딩과 주변 건물들이 하나의 노란 화분위에 자라고 있는 식물처럼 보이게 한다. ‘도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회, 경재논리에 의해 자라나는 식물처럼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 위에 사람들 역시 조그만 화분 속을 걸어다니며, 하나의 시스템 속에 기생한다.

 

 2009년 이후 김상균은 영상과 회화의 시각 언어를 전환시키는 작업에서 발전된 ‘행동이 개입된 카메라 장치’들을 이용한 영상작업들을 진행한다. <공 안에 카메라장치-홍제동 개미마을 관광>에서 작가는 지름 80cm에 스티로폼 구의 중심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러한 공을 굴려 개미마을의 언덕을 올라가며 촬영을 한다. 주민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고 하는 서울의 이 지역은 공공미술의 일환으로 벽화프로젝트가 진행되어, 현재 51개의 벽화가 동네를 꾸미고 있다. 동네를 표피적으로 꾸미고 있는 벽화를 개미처럼 열심히 공을 굴리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며 촬영한 카메라의 시선이 단순히 어지럽기에 불편한 것은 아니다. 김상균은 흔들리는 영상 속에서 도시의 한 귀퉁이는 일그러지며, 이러한 보여지지 않았던 사회 비평적 지점들은 시각화한다.

 

 

 

 공중에 카메라를 매단 장치를 만들고 공사장 외벽에 장식되어있는 환경미화용 이미지를 촬영한다. 그리고 콩 주머니를 던져 카메라를 공격하여 흔들리게 하며 촬영한다. 공사장 외벽의 조용한 풍경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콩 주머니의 공격을 받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며 주변 상황을 촬영한다.

 

<ATTACK>의 시나리오 중에서

 

 

 

 김상균은 <ATTACK>을 비롯한 일련의 작업에서 던지기, 줄다리기와 공굴리기 등의 행위를 카메라의 촬영의 순간과 결합하는 장치들을 제작한다. <Driving>에서 자동차 바퀴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촬영한 시청 앞 광장에서 감사원가는 길이라던지, <Entrance>에서 줄다리기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촬영한 월드컵 경기장의 입구 사인의 모습이 있다. 이러한 시각전환장치들은 익숙한 카메라의 시각들을 파괴하고 어지럽게 만들며, 관객의 일상적 시선에 자극을 가한다.

 

 하나의 시각예술작품을 통해 현재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거창한 듯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는 지극히 간단한 예술가의 하나의 행위로 가능하기도 하다. 김상균은 비보이의 머리에 카메라를 달아 광화문을 불편하게 바라보게 하거나, 돌아가는 자동차 바퀴의 시점에서 서울 시청을 어지럽게 바라보는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 속에 사회 정치적 시각들은 전복되며, 일상의 순간들은 또다른 새로운 시선을 요구한다.

 

 

 

                                                                                                                                         글: 양지윤,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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